선수들끼리 어깨동무하면서 스포츠맨십을 발휘하는 모습

스포츠맨십 1편

스포츠맨십이란?

 

이번 글은 스포츠맨십에 대해 알아보고자 하며 총 3편중 1편이다. 스포츠맨십은 스포츠가 폭력적 투쟁으로 변질되지 않도록 보호해주는 내부적 감시기제이며, 스포츠 도덕의 다른 표현이다. 도덕의 근본 문제는 어떤 행위를 선택해야 할지 갈등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체를 인식하고 합당한 행위를 선택함으로써 자신의 정체를 유지해나가는 일과 관련이 있다. 스포츠는 일차적으로 놀이이고, 놀이 중에서도 투쟁적 성격의 놀이, 즉 경쟁이다. 스포츠맨십은 놀이 상황과 경쟁 생황에서 스포츠맨의 정체성을 계속해서 유지하기 위해 요구되는 행위규범이다.

 

스포츠맨십의 역사

 

서양 문명에 지속적인 발자취를 남겼던 중세의 기사도 정신은 시민사회의 도래와 함께 젠틀맨십(gentlemanship)으로 변모하였다. 젠틀맨십은 시민사회의 신흥계급이 일상생활 속에서 지켜야 할 매너 혹은 에티켓으로 흡수되면서 점차 보편적인 가치로 자리 잡았다.

우아한 예술적인 취향, 훌륭한 교육과 스포츠에 대한 재능, 그리고 남성적인 모험심은 당시의 상류층에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이었다. 또한 거기에는 도덕적인 소양까지 포함되어 있었다. 당시 젠틀맨의 도덕적 자세를 주문한 새뮤얼 스마일즈(Samuel Smiles)의 ‘인격론’에 기술되어 있는 신사의 덕목은 정직하고 신실하고 올바르고, 겸손하고 온화하고 용기있고 스스로를 존중하고 스스로 돕는 매우 상식적이고 일반적인 도덕적 태도였다. 그 중 겸손은 신사에게 요구되는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간주되었다.

스포츠맨십은 이러한 이상적인 신사의 인간상이 스포츠에 적용되면서 만들어진 새로운 가치였다. 당시의 퍼블릭 스쿨은 모범적인 신사를 길러내는 공간이었으며, 그곳에서 행해졌던 근대스포츠는 격식과 품위를 갖춘 신시를 길러내는 뛰어난 교재였다. 스포츠를 통해 스포츠맨십을 몸에 익히는 것은 곧 젠틀맨십을 익히는 것에 다름 아니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스포츠맨십은 스포츠 경기에서 일반적인 윤리 덕목을 지키는 정신으로 정착해갔다. 스포츠맨십을 스포츠정신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스포츠맨십의 의미

 

스포츠맨십은 스포츠에 참가한 자(스포츠 맨)라면 마땅히 따라야 할 준칙과 갖추어야 할 태도를 의미하며, 페어플레이, 상대편과 상대 선수의 존중, 경쟁상대에 대한 공손한 태도 같은 덕목을 포함한다. 따라서 스포츠맨십은 다른 말로 스포츠도덕으로 표현할 수 있다. 도덕은 사회 구성원들이 양심,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준칙이나 규범의 총체를 뜻하기 때문이다. 도덕은 외적 강제력을 갖는 법과 달리 각자의 내면적 원리로서 작동하며, 종교와 달리 초월자와의 관계가 아닌 인간 상호관계를 규정한다. 또한 인간이 지켜야 할 도리와 이에 따른 행위를 규정한다.

도덕적인 물음은 언제나 구체적인 상황, 즉 학술 활동을 해나가는 상황이나 가정에서 생활해나가는 상황에서 갖게 되는 ‘나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Was soll Ich tun?)’라는 의문을 출발점으로 삼고 있다. 그리고 그 물음에 답하기 위해 당사자는 먼저 내가 누구인지 자신의 정체를 분명히 인식해야하고, 그런 연후에 비로소 자신의 정체에 합당한 행위를 선택하고 실행해야 한다. 예를 들면 학술 활동을 해나가는 상황에서 행위를 선택해야할 경우에 자신을 학자로 인식했다면 그에 합당한 행위를 선택하여 실행해야 할 것이고, 가정생활과 관련된 상황에서 행위를 선택해야 할 경우에 스스로를 가장으로 이해했다면 가장의 도리에 합당한 행위를 선택하여 실행해야 할 것이다.

이렇게 도덕적 행위는 상황 관련과 자기이해를 필요로 한다. 그리고 모든 도덕의 근본 문제는 어떤 행위를 선택해야 할지 갈등하는 상황에서 자신의 정체를 분명하게 인식하고, 그에 합당한 행위를 선택하여 실행함으로써 자신의 정체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가는 일과 관련이 있다.

스포츠도덕으로서 스포츠맨십 역시 스포츠 참가자가 스포츠 상황에서 자신을 스포츠맨으로 인식하고, 이러한 자기이해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기 위해 따라야 하는 행위규범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스포츠 상황은 어떤 상황인가? 그것은 학술적 활동을 하는 상황이나 직업 또는 가정생활과 관련된 상황과 어떻게 다른가? 그리고 그와 같은 상황에서 스포츠 참가자가 스스로를 스포츠맨으로 이해한다는 말은 어떤 의미를 갖는가? 이하의 글에서는 폴커 게르하르트(Gerhardt)의 논리에 기대어 이 물음에 답하고자 한다.

게르하르트는 스포츠를 투쟁적 놀이로 이해하고 있다. 스포츠는 일차적으로 놀이이고, 놀이 가운데서도 투쟁적 성격을 지닌 놀이라는 의미이다. 앞에서 목숨을 건 생존투쟁(Kampf)이 미적 거리 두기를 통해 아곤, 즉 경쟁(Wettkampf)으로 변형되었다고 했다. 결국 투쟁적 성격의 놀이는 경쟁의 또 다른 표현이다. 이렇게 본다면 스포츠 상황은 먼저 놀이적 상황이고, 다음으로 경쟁적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이하의 글에서는 먼저 놀이로서 스포츠도덕에 대해 언급하고, 다음으로 경쟁으로서 스포츠도덕에 대해 기술하도록 하겠다. 이를 통해 스포츠도덕, 즉 스포츠맨십의 구체적인 의미가 온전하게 드러날 것이다.

 

참조 : 스포츠맨십 2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