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달리기 스프린터들이 1위를 하기 위해 경쟁하고 있는 모습

스포츠경기의 목적 1편

스포츠경기의 목적

이번 글에서는 스포츠경기의 목적을 재고해 보고자하며 총 3편중 1편이다. 스포츠에는 승리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아곤적 요소와 탁월성 추구를 목적으로 하는 아레테적 요소가 혼재되어 있는데, 현재 스포츠에서는 아레테보다 아곤적 요소가 더욱 중시되고 있다. 아곤적 요소는 스포츠에 긴장과 재미를 불어넣어 준다는 점에서 필수적이지만 부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그러나 아레테는 아곤을 포괄하며 스포츠의 부정적 이미지를 해소시켜줄 수 있다는 점에서 스포츠경기에서 더욱 중요시되어야 한다.

 

아곤과 아라테의 차이

 

아곤의 의미

스포츠는 인간의 여러 가지 활동 가운데 하나이다. 그렇다면 스포츠는 다른 활동들과 어떻게 구별될 수 있을까? 굼브레히트는 스포츠를 구성하고 있는 핵심적 특징을 서양의 정신사에서 찾을 수 있다고 하였다. 여기서 그가 말하는 특징은 고대 그리스어에 기원을 두고 있는 아곤(agon)아레테(arete)이다. 왜 그는 이 두 개념을 스포츠의 핵심적 특징으로 생각했을까? 먼저 이 두 개념의 구체적 의미를 알아보고,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도록 하겠다. 이 과정에서 스포츠경기가 추구해야 할 목적이 자연스럽게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아곤은 고대 그리스어로 ‘경쟁’을 의미한다. 호메로스와 헤시오도스는 아곤을 한편으로는 경쟁이 이루어지는 모임이나 화합을 가리키는 데 사용하였고, 다른 한편으로는 경쟁의 실제적인 행위, 게임, 축제 자체를 지칭하는 데 이용하기도 했다. 이후 아곤은 비극에서의 대화나 법정에서의 논쟁을 뜻하는 의미로까지 확대된다.

부르크하르트나 니체 같은 학자는 아곤을 고대 그리스 세계의 본질을 잘 나타내주는 핵심 개념으로 이해한다. 부르크하르트에 따르면 아곤은 그리스 세계의 본질로서 그리스인들의 삶 전체에 나타났을 뿐만 아니라 그리스 문화를 그리스 문화답게 만든 근원적인 요소이다. 니체 역시 아곤은 호메로스 이후 그리스 세계를 관통해 그리스인의 삶을 지배하는 토대가 되었다고 했다. 이상엽은 「니체와 아곤의 교육」에서 이 점에 대해 다음과 같이 적고 있다. 아곤의 진정한 목표는 승리 그 자체이다. 고대 그리스인에게 이곳에서의 승리는 삶 그 자체였고, 특히 올림픽에서의 승리는 지상 최고의 승리로 간주되었다고 한다. 이러한 승리는 모든 그리스인들의 목표였고, 승자는 살아 있을 때뿐만 아니라 죽어서도 칭송되었다고 한다. 아곤의 승리자를 위해 기념비가 세워지기까지 했다. 바로 이러한 명예를 통해 인간은 이 세상의 삶을 초월한 영원히 사멸하지 않는 삶을 얻을 수 있었다.

체육학자들은 스포츠의 교육적 가치를 강조하면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플라톤을 자주 인용한다. 그가 인간교육에서 체육과 음악의 중요성을 강조했기 때문이다. 플라톤이 인간교육에서 체육과 음악을 강조한 이유는 당시 그리스사회에서 그것들이 경쟁, 즉 아곤을 매우 중요하게 여기는 영역이었기 때문이다. 당시 그리스인의 삶은 아곤에 의해 지배되고 있었고, 그들은 아곤에서의 승리를 위해 교육, 특히 체육교육과 음악교육을 강조했던 것이다.

부르크하르트는 고대 그리스 교육의 아곤적 편향에 대해 “이전에도 나중에도 그리고 그 어디에서도 등장하지 않았던 하나의 실존이 탄생했다. 교육을 통해 모든 것에 도달할 수 있다는 기본 전제에서 출발해, 모든 것은 아곤에 의해 관통되었고 지배되었다.”고 말했다.

니체는 이와 같은 그리스의 정신이 현대에까지 면면이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세계를 ‘힘에의 의지(Wille zur Macht)’로 해석했다. 그는 ‘선악을 넘어서(Jenseits von gut und bose)』에서 이와 관련하여 “삶 자체는 본질적으로 전유, 침해, 타자 및 약자에 대한 정복, 억압, 냉혹, 자기 형식의 강요, 합병, 그리고 최소한, 가장 온건하게 말해서 착취”라고 말한다. 니체의 고민은 생존투쟁, 즉 생성, 전생, 파괴, 잔혹함을 특징으로 하는 자연적 삶이 어떻게 인간적 삶으로 승화될 수 있는가라는 물음과 관련이 있었다. 그는 투쟁이 예술적 미혹에 의해 아곤, 즉 자유로운 경쟁으로 승화된다고 생각했다. “생존투쟁이 시적 창작을 통해 자유로운 경쟁으로 변형됨으로써 삶의 조아함과 잔혹함 그리고 덧없음이 극복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곤, 즉 경쟁은 전쟁이나 싸움 같은 집단 또는 개인 간의 폭력적 상호작용을 제도화된 규칙을 통해 순화시킨 활동이다. 한마디로 경쟁은 ‘아름답게 변용된 투쟁’이다. 그러나 아무리 순화되고 변용되었다고 해도 경쟁은 경쟁일 뿐이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힘을 통해서든 계략을 통해서든 상대를 제압하여 승리를 거두는 일이다. 우리는 스포츠경기에서 경쟁이 과열될 경우에 규칙이 위반되거나 무시되고, 심한 경우에는 물리적 폭력이 행사될 수도 있음을 일상에서 쉽게 경험할 수 있다.

 

니체의 아곤

니체는 투쟁과 경쟁에는 커다란 차이가 있다고 보았다. 투쟁이 항상 파괴와 관련되어 있다면 경쟁은 파괴가 아니라 승리 자체를 추구한다. 아곤은 생존을 위한 투쟁이 아니라 타인으로부터의 인정을 받기 위한 과정이며, 삶의 고양을 위한 경쟁이다. 니체는 아곤의 목적이 승리를 찬양하고 파괴를 규제하는 것에 있으며 그 자체가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한다.

스포츠에서의 아곤은 상대를 정복하고 억압하는 파괴적 투쟁이 아니라 ‘창조적 경쟁’이다. 그런 까닭에 승리를 위한 경쟁은 인간의 창조성과 위대함의 전제가 된다. 왜냐하면 경쟁 속에서 새로운 가치가 탄생하고 새로운 삶의 문화가 창조되기 때문이다. 니체는 음악의 경쟁이 아곤의 가장 탁월한 사례 중 하나라고 보았다. 그러나 아곤의 형태는 여기에 머무르지 않고 올림픽에서의 스포츠 경쟁, 심지어 법정에서의 아곤에 이르기까지 인간의 다양한 창조성과 맞닿아 있다. 스포츠의 탁월성은 아곤을 통해 자신의 것이 되고, 그런 과정을 거쳐 절정에 다다른다. 결국 니체가 말하는 아곤은 타인과의 경쟁을 통해 자신을 발견하고 형성해 나가는 창조성의 표현에 다름 아니다.

 

참조 : 스포츠경기의 목적 2편